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발달과 놀이

놀이를 통한 트라우마 회복: 말로 설명 못 하는 아이들의 ‘심리적 회복 과정’

by 비지구구 2025. 4. 27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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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. 말하지 못한 상처, 놀이에서 드러내기 시작하다

 아동들은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이 아직 미숙합니다. 특히 **트라우마(심리적 외상)**를 경험한 아이의 경우, 말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쉽지않죠. 이때 중요한 매개체가 바로 놀이입니다.

놀이치료(Psychological Play Therapy)는 아이가 겪은 내면의 고통과 감정을 상징과 역할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표현하도록 돕는 과정입니다. 이 놀이 안에는 감정의 상징, 회복과 치유의 탄력성이 담겨 있습니다.

🟨 핵심 포인트:
아이는 놀이 속 캐릭터나 장면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간접적으로 드러냅니다.


2. 트라우마 아동의 초기 놀이 특징: 통제와 파괴

트라우마를 겪은 아동의 초기 놀이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입니다:

  • 폭력적/공격적인 장면의 반복
  • 무너뜨리기, 부수기 놀이 선호
  • 역할극 속 ‘나쁜 인물’에 감정 이입
  • 결말 없는 이야기 — 진행 도중 중단되거나 멍하게 있음

예를 들어, 6세 남자아이가 놀이치료 초기 단계에서 로봇으로 집을 공격하거나 인형들을 반복적으로 묻는 장면을 구성했다면, 이는 외부로 향한 통제 욕구 혹은 피해자-가해자 구도를 재현하는 표현일 수 있습니다.

🟨 중요:
초기의 혼란스러운 놀이는 회복 이전 ‘감정 정리의 시작 단계’입니다.


3. 회복이 시작될 때 놀이 흐름이 변한다: 놀이의 전환 양상

치료가 진행되며 놀이는 점진적으로 회복적인 방향으로 변화합니다.

회복 전 놀이회복 중 놀이 변화
같은 공격 장면 반복 이야기의 ‘결말’이 생기기 시작
놀이의 주도권이 없음 아이가 상황을 스스로 조절
등장인물에 감정 이입 없음 등장인물에게 감정 부여
말수가 적거나 무표정 말하기 시작하고 표정 변화

🔸 사례 예시:
초기엔 매번 인형병원이 무너지던 한 아이는, 8주차가 되자 무너진 병원을 다시 세우고 치료하는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. 이는 외상 경험의 재구성과 회복적 상상력이 나타난 변화입니다.

🟨 주목 포인트:
회복 놀이에는 ‘수리’, ‘보호’, ‘공감’의 요소가 점차 등장합니다.


4. 놀이 속 감정 코드를 읽는 치료사의 역할

치료사는 위와 같은 아동의 놀이 흐름안에서 아이의 놀이에 개입하지 않고 관찰자이자 해석자의 입장에서 감정의 흐름을 읽습니다.

  • 감정의 전이(Transference): 캐릭터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투사함
  • 놀이 장면의 반복 패턴: 고착된 감정을 보여주는 힌트
  • 언어 외 비언어적 표현: 소리, 표정, 손짓 등

🔸 예시: 아이가 매주 인형에게 “넌 못 나가”라고 말하며 문을 막는 경우, 이는 통제 불안을 상징하거나 자신이 갇혔던 경험을 반복하는 재현의 단계일 수 있습니다.


5. 부모가 볼 수 있는 놀이 속 회복의 신호

부모 또한 아이의 놀이에서 회복의 실마리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.

✅ 놀이 주제가 조금씩 달라진다
✅ 역할놀이 중 감정 표현이 풍부해진다
✅ 혼자 놀기에서 타인과 함께 노는 놀이로 확장
✅ 놀이 이후 표정, 수면, 식사 상태가 긍정적으로 변화

🟨 Tip: 아이의 놀이를 ‘의미 있는 이야기’로 보고, 평가하거나 끊지 말고 경청과 동행이 필요합니다.


6. 실제 치료 사례: 트라우마의 언어를 되찾은 아이

🔎 사례 요약 (참고문헌 기반)

한 국제 연구(Bratton et al., 2005)에 따르면, 아동 놀이치료 후 불안과 외상 증상이 유의미하게 감소했으며,
특히 회복적 놀이가 자발적으로 나타난 그룹은 정서 안정 속도도 빨랐습니다.

“아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치유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었다.”
— Landreth, G. (2012). Play Therapy: The Art of the Relationship

이러한 회복 사례는 단순한 ‘놀이’가 아닌, 내면의 상처가 상징적 이야기로 전환되고 통합되는 과정임을 보여줍니다.


7. 마무리: 상처받은 아이의 마음은 놀이 속에서 회복된다

말하지 못한 아픔도, 반복되는 기억도, 아이의 놀이 속에서 하나의 이야기로 재구현됩니다.
그리고 그 이야기가 공감 받고, 반복되지 않으며, 스스로 결말을 맺을 수 있을 때 아이는 조금씩 회복합니다.

놀이를 대하는 진심 어린 시선이야말로 아이가 다시 세상을 안전한 곳으로 느끼게 만드는 첫 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.


📚 참고문헌

  • Bratton, S. C., Ray, D., Rhine, T., & Jones, L. (2005).
    The efficacy of play therapy with children: A meta-analytic review of treatment outcomes.
    Professional Psychology: Research and Practice, 36(4), 376–390.
  • Landreth, G. L. (2012).
    Play Therapy: The Art of the Relationship (3rd ed.). Routledge.
  • Gil, E. (2017).
    Posttraumatic Play in Children: What Clinicians Need to Know. Guilford Press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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